이선화 전문의
연세삼성정신건강의학과 정신과 전문의
주요 경력
- ·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졸업
-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 연세삼성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교수
-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수료
-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삼성정신건강의학과 정신과 전문의 이선화입니다.
애도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나타내는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입니다. 상실은 단순히 사람의 죽음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소중한 것들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특히 가족, 친구와 같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할 때 가장 강한 애도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애도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보통 4가지 종류의 반응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정, 분노,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칩니다.
첫 번째 단계인 부정은 상실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이게 진짜인가?”라는 혼란과 함께,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워합니다. 아주 급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할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암 투병을 10년, 치매를 10년 앓다가 돌아가시는 경우보다는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든지 갑작스러운 경우에 훨씬 더 부정의 감정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정의 반응이 심하게 오게 되면 해리증세를 나타내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너무나 의지하고 사랑하던 지인이 사망하는 경우 해리 증상이 나오기도 합니다.
두 번째 단계인 분노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고통과 억울함이 분노로 표출되는 단계입니다. 분노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 심지어는 신이나 세상 전체를 향하기도 하며, 이 분노로 인해 가까운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자녀의 경우 “우리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 때문에 너무 마음 고생 하다가 돌아가셨다.”라는 등 분노가 전이 될 수 있습니다. 분노는 죄책감이랑도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부족해서 잘해주지 못해서 돌아가셨다.”라는 식의 죄책감이 분노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우울 단계입니다. 이 시기는 상실로 인한 슬픔과 무력감이 강하게 나타나는 시기로, 주로 눈물이 나고, 상실된 대상과의 추억이 떠오르며 감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저도 ‘쿠크닥스’ 유튜브 영상에서 언급한 적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울을 심하게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당시에 정신과 레지던트를 하던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저는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환자분들과 대화하던 중에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을 왈칵 쏟곤 했습니다. 울컥울컥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던 이 증상들이 전부 우울의 반응입니다.
마지막은 수용 단계로, 이때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현실로 인식하면서 감정적으로 안정되어 가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수용의 단계는 처음부터 오는 경우는 잘 없으며, 부정, 분노, 우울, 수용이 모두 순서대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수용은 대체로 후반부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용은 수용이라는 단어 그 자체로 이 모든 감정을 통합하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고 가족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도 심하며 이 세상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르면서 “신이 살아계신다면 이렇게 착한 아버지를 데려가셨을 리가 없다.”라고 한탄하면서 지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감정이 점점 통합되며 그래, 우리 아버지는 살아생전 이렇게 좋은 점이 많았다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추억하면서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수용되게 됩니다. 이런 기간은 보통 교과서적으로 3년 정도 소요됩니다. 3년 정도 되면 감정적으로 조금 옅어지고 수용의 단계의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애도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거나 그 강도가 너무 심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매일 울거나, 슬픔 때문에 출근을 못 하고, 심한 무기력이나 의욕 상실이 나타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때는 자연스러운 애도 반응이 아닙니다. 이런 반응은 병적인 질병의 증세라고 표현합니다.
또 앞에서 제가 죄책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설명하였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죄책감의 반응도 있습니다.
특히 자살로 가족을 잃은 분들은 “내가 그때 말 한마디 더 따뜻하게 했더라면 자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 때문에 돌아가신 건 아닐까”라는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병적인 죄책감을 예로 들면 아버지가 병으로 사망하였을 때, 내가 아버지를 억지로 끌고서라도 병원에 앉혀서 조기에 진료를 받았어야 하지 않나,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을 때, 우리 애를 내가 학원에 보내서 이런 사고를 일으켰다. 그깟 수학학원이 뭐라고 내가 그곳을 가게 만들어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만들었나, 나는 정말 쓸모 없고 죽어야 하는 부모다.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지나친 죄책감입니다. 죄책감이 과도하게 되면 간혹 드물게, 환청, 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애도 반응을 일상에서 예시로 들자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게 되면 일시적으로 기침이 나오거나 답답할 수 있지만, 이걸 넘어 어느 순간부터 피 가래가 나오고 한 달 이상 기침이 계속되며 답답해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 지속되는 경우는 신체적인 병이 발생한 것입니다. 신체적인 증상이 악화되면 병원을 방문하듯 애도의 비정상적인 반응도 유사합니다.
자연스러운 애도 반응을 넘어 식사를 챙기지 않거나, 체중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나 상담을 통해 회복 과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애도의 반응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애도와 우울증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애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애도는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우울증은 그 감정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거나 심각해져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때를 말합니다.
애도는 보통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감정이 안정되고, 슬픔과 함께 그리움이 공존하는 상태로 변하지만, 우울증은 감정의 완화 없이 더 깊은 고립과 무기력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도 중인 사람은 때때로 즐거운 순간을 느낄 수 있지만, 우울증 환자는 전반적으로 아무런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속적인 감정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는 우울증일 가능성이 있으며, 정신건강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애도에 대한 이해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애도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자연스러운 애도 반응인지 아니면 질병으로 이환된 애도 상태인지 구분을 하기 위해서 애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애도는 그 과정을 충분히 겪어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빨리 잊으려고 하면, 오히려 그 감정이 내면에 깊이 자리 잡아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애도 과정 중에는 부정, 분노, 우울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친구나 가족과 감정을 공유할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진료를 통해 전문가와의 대화를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대화할 상대가 없을 경우,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애도가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병적인 상태로 느껴질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너무 오래 홀로 간직하지 말고, 적절한 시점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치유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6개월이 지나도 계속 눈물 나고 우울해요. 남들은 지금쯤이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만큼 힘들어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애도의 급성기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이 시기에는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도 돌이켜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전문의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공부에 집중도 전혀 되지 않고 눈물은 계속 나며 제정신이 아니였던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며 ‘학교를 못 나가고 직장을 못 나가고 자녀가 있는데 자녀에게 밥을 전혀 챙겨주지 못할 정도다‘ 라고 하면 이는 병적인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진료했던 환자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애도 과정이 너무 힘들어 일상생활이 되지 않아 병원에 방문하였고 2~3개월 치료 후에 상태가 호전되어 슬프기 하지만, 가끔씩 웃음도 나고 가끔 남편 생각이 나지만 애들 만나서 잘 웃고 농담도 한다며 좋아지시는 모습들도 많으셨습니다.
이러한 반응이 건강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애도 반응이기에 자연스럽지 못한 애도 반응을 보인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아이들이 할머니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에게 애도를 어떻게 설명 해줄 수 있을까요?일반적으로 만 10세가 넘으면 아이들은 죽음의 비가역성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 이전의 아이들은 죽음을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식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죽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때, 정확한 개념을 천천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 전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서 세상을 먼저 떠났어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갑작스러운 상실은 매우 큰 충격을 줍니다. 부정, 분노, 우울 등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올 수 있으며, 이를 억누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감정이 지속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를 통해 감정이 안정되면,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애도는 우리가 모두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너무 빨리 그 감정을 잊으려 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차분히 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세요. 애도는 혼자서 겪기엔 너무 힘든 감정이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 또한 애도 과정을 겪어 봤기에 이렇게 뉴스레터를 보시는 많은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담아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세삼성정신건강의학과 정신과 전문의
주요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