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봄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하는 14번째 마음 돌봄 이야기

  •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가족상담연구소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이은화라고 합니다.
    저희 연구소는 1992년 2월에 개소해서 31년째 상담을 하고 있는 나름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상담소랍니다.
    저는 이 연구소 개소할 때부터 근무했고 작년에 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 Q 상대의 부탁과 제안을 받으면 거절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친한 지인일수록 거절하기 더 어려워지는데요. 이처럼 관계 속에서 거절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이타심과 고운 마음으로 타인을 돕고 싶어 거절을 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난히 다정한 분들이 거절을 안하기도 하는데요.
    거절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자신보다 타인을 더 우선시하는 생활태도가 거절을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거절하지 못했을 때 힘들 자신의 입장보다는 거절 받을 타인이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본인이 거절받았을때의 상처를 잘 알고 있어서 타인이 거절받으면 자기처럼 아프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신처럼 아플까봐 거절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이 힘들어하는 거절받았던 상처의 기억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거절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거절했을 때 상대가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볼까봐, 혹은 상대가 자신을 오해할까봐 하는 두려움으로 힘들지만 좋은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거절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거절하지 못하고 순응한 채로 받아들이고 나면 ‘왜 거절하지 못했을까’하며 후회되기도 하지만 표현하는 것 또한 어렵기에 이번만 이번만 하다보면 반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Q 무리한 부탁인 걸 알지만 거절하면 상대가 자신이 싫어서 거절했다고 오해할까봐 혹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나,
    못한다고 말하기 어려워서 등 각자 다양한 이유로 거절을 못하기도 하는데요. 혹,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나요?
    A 대체로 타인에게만 착한 분들이지요. 타인에게는 배려하고 도와주는 착한 사람인데 자신에게는 가혹하게 구는 경우 거절을 잘 못합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입장보다는 힘든 부모님의 마음을 더 헤아리거나, 집안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겨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왔다면, 스스로에게 ‘조금 더 희생할 것을 요구’하고, 희생하지 않고 부탁을 거절한다면 스스로 매우 이기적이라는 느낌에 시달리게 되는 등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요구하면서 자신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또, 비난이 두려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내적으로 자기비난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탁을 거절하는 자신을 스스로 나쁘다고 비난하기에 ‘내가 거절해서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내가 거절해서 저 사람이 나를 나쁜 사람으로 보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신도 아니고 모든 부탁을 다 들어줄 수는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부탁을 거절했을때 만약 상대가 비난한다면, 그것은 비난하는 타인이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소 불안이나 두려움이 높거나, 자기 비난에 시달리는 분들이 유독 거절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Q 상대로부터 갑작스레 부탁을 받으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말을 더듬기도 하고,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등
    마음과 달리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기도 합니다.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거절을 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않죠.
    혹, 상대방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배려있게 거절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관계는 혼자 하는게 아니잖아요. 나와 상대가 있지요. 거절하는 관계도 나와 부탁하는 상대가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친절하고 배려심 있게 거절을 하더라도 거절을 받는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관계는 두사람이 함께 하기에 그 결과도 5:5로 책임져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배려있게 거절하더라도 상대가 상처를 받는다면 그것은 나의 거절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거절에 취약하거나, 상처를 잘 받는 민감한 성향이라던지, 상대가 타인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처럼 생각해서 당연히 들어줘야한다고 생각하는 등 상대의 특성이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나의 거절로 인해 상대가 상처를 받는다는 두려움을 갖지 않는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상처받는 걸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스스로 거절이 어렵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에게는 어떤 부탁에 대해 “생각해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라고 시간을 버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렇게 시간을 벌고 난 후 자신에게 “들어줘도 괜찮겠어?”, “들어주고 싶어?”라고 물어보고,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상처 받을까봐, 싫어할까봐 등 상대방의 입장을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묻는 것이지요. 안되겠다고 생각이 들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죄송하지만 안되겠어요. 저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번에는 조금 어렵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미안해하면서 “들어드리고는 싶은데..제가 좀..”이러면서 여지를 두면 오히려 상대가 더 요구하게 되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안되는데..”하면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되버립니다.
  • Q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거절했지만, 이후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상대방을 보기 무안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거절한 이후, 불편한 마음이 지속될 때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나는 왜 부탁을 명령으로 들을까?’하는 자신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부탁은 들어줄 수도 있고, 안 들어주거나, 못 들어줄 수도 있는데 당연히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명령을 하기에 지나치게 타인의 눈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살아온 삶의 태도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들을 귀기울여 마음이 불편한 이유를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찾아야 합니다. 또, 거절한 이후 불편한 마음이 지속된다면 먼저 상대에게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번 부탁한 일을 거절했지만 계속 마음이 쓰이네. 많이 곤란했을까봐 염려도 되고, 어떻게 그 일은 잘 해결됬어?”라고 관심을 보이는 겁니다. 여기 제가 예문으로 든 문장을 한번 더 읽어보세요.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죠? 물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미안하다는 것은 내가 잘못했다는 전제가 있잖아요.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잘못한 건 아니지요. 거절한 이후 느끼는 미안한 마음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곤란했을 상대에 대한 염려 등의 감정일 수 있습니다.
  • Q 반대로, 상대로부터 거절을 당하는 경우, “그럴 수 있지”라며 금방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처를 받고, 이후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뜻 부탁하기 어려워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특징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거절’은 내 제안이나 부탁을 거절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를 거절한 것이 아닙니다. 부탁을 거절 당했을때 마치 나의 존재가 거절 받은 것처럼 아프고, 무안하고, 심지어 비참한 생각까지 든다면 이것은 취약한 존재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정도가 심해서 어떤 부탁도, 요청도 할 수 없다면 굉장히 인생이 불안하고 외로울 것입니다.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니까요. 그 정도가 심해서 힘드시다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취약한 존재감을 키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서는 ‘부탁을 거절받았지만, 나라는 존재가 거절받은 것이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며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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