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봄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하는 14번째 마음 돌봄 이야기

진정어린 사과를 바란다 경상남도 진주교육청 관계회복지원전문가 권은진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 되고 있다. 학교폭력은 신체적 폭력, 언어적 폭력, 사이버 폭력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신체적 폭력은 피해자에게 신체적인 고통과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매우 큰 충격과 고통을 느끼게 한다. 언어적 폭력은 말이나 행동을 통해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이는 자신감의 상실과 불안감, 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사이버 폭력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욕설과 협박 등이 이루어지는(한국정보화진흥원, 2013) 폭력으로, 피해자는 신상정보유출, 사이버따돌림, 사이버모욕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며,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상처를 입은 채로 살아가기 때문에 우울증, 불안, 자존감 하락과 복수심으로 인해 가해경험 등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학교생활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교 폭력은 모든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에서는학교폭력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시·도 교육청 산하기관인 교육지원청 별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학생에게는 보호조치를, 가해학생에게는 가해조치를 결정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신고·접수되는 대부분의 피해학생들은 가해학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기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가해학생으로부터 사과를 들을 기회조차 없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원칙적으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직접적으로 만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는 마치 국민참여재판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피해학생의 피해사실 증언을 토대로 가해학생에게 사실확인 절차와 소명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학생은 주관적인 피해상황을 진술하게 되고, 가해학생은 최대한 낮은 처분을 받기 위해 심의 위원회 위원들에게 반성과 뉘우침의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지금까지 우리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과 조치에 집중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학교폭력 재발방지를 위해 가해학생에게 조치를 내려온 세월이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줄어들 기미는커녕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신체적 폭력 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 및 사이버 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학생이 마음을 놓고 학교생활에 만족하며 학창 시절을 영유할 리가 만무하다. 이와 같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조치를 받은 학생은 조치를 이행하고 나면 그만이다. 가해행동에 대한 처벌을 받았기에 책임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 피해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이유가 없어진다. 이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마음이 편해진 쪽은 오히려 가해학생이 돼버린다. 어른들이, 학교가, 교육청이 나서서 가해학생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돼버렸다. 이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학교생활을 하는 가해학생을 바라보는 피해학생의 마음은 불안을 넘어 공포를 느낄 수 있을 법한 일이다.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학생 조치 시 어느 한 부분이라도 피해학생의 의견이 들어가 있지 않고, 피해학생의 목소리로 가해학생에게, 피해와 피해로 인한 영향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차라리!! 피해학생이 한 대 맞았으니 가해학생을 한 대 때리기라도 했다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피해학생의 회복에도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충분히 설득력 있을 것이다.
즉, 온 사회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집중하면서 학생들 간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형상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꾸어 보자!

이에 경상남도교육청은 2022년부터 2023년 지금까지 관계회복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관계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관계회복지원 프로그램은, 당시의 일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잘 들려지게 하는 과정으로 말과 행동 그리고 이면의 진심이 들려지도록 대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각자의 목소리로 피해와 부정적인 영향을 이해하고 드러나지 않은 진심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재발 방지를 위한 제안을 하게 되고, 제안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점을 축하하고, 수정된 제안을 통해 약속을 잘 지켜가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박숙영(2016)의 연구에 의하면 교육실험 성찰을 위한 관계회복지원 프로그램 참여 이후 97%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꼈다고 답변하였고, 피해학생의 72%는 긍정적인 관계로 변화하였으므로, 관계회복지원 프로그램을 재선택할 것이라고 답한 학생이 96%에 다다랐다. 그리고 가해학생의 87%는 자기 성찰과 잘못의 재발방지, 친밀감 형성의 변화가 있었고, 재참여하겠다는 학생은 95%였다. 또, 가해 관련 학생의 선도 효과에 대해 답변한 교사들의 86%가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피해학생을 위한 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되었다.
더 이상 피해학생이 2차, 3차 피해를 당하지 않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추억이 가득한 학창시절을 보내기를 염원한다.
권 은 진
  • 전) 경남청소년종합지원재단 멘토지원단(자살, 학폭예방강사)
  • 전) 진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전문상담위원
  • 전) 경남도교육청 학부모교육강사
  • 전) 진주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청소년 동반자
  • 현) 경상남도 진주교육지원청 관계회복지원전문가
  • 현)경남지방경찰청 회복적 경찰 대화모임 진행자 교육심리전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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