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봄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하는 16번째 마음 돌봄 이야기

  •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소영입니다.
    전문의로서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양육자분들을 만나고 있으면서, 저 또한 5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육아가 행복한 엄마&아빠, 마음이 튼튼한 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상담과 교육을 진행중입니다. 현재는 더 많은 가정의 육아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 “우리동네 어린이병원”과 “모아 마음 연구소”등의 다양한 온오프라인을 통해 아이들의 발달 및 정서, 애착과 관련된 다양한 육아 상담과 부모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 Q 임산부의 경우 약물을 섭취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임산부의 경우에도 정신과 진료 및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정신과의 다양한 치료 방법 중의 하나로 꼭 필요한 경우에 약물치료로 인한 득과 실을 판단하여 전문의가 처방하게 됩니다. 임산부 뿐 아니라 수유를 하는 엄마 또한 정신과 치료 및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임산부 및 산모에게 위험하지 않는 약물들을 선택하여 복용합니다. 만약 환자가 약물치료를 원하지 않거나 혹은 약물치료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성이 더 큰 경우에는 약물치료 이외의 치료법, 즉 정신과적 면담기법을 통한 치료 혹은 비약물적 치료법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다양한 경우, 그 질병의 종류와 심각도, 현 상황에 따라 치료 방법과 기간 등이 모두 다릅니다. 심지어 똑같은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아도 환자가 처해진 상황과 현재의 신체 컨디션에 따라 치료법과 약물이 달라지게 되므로, 미리 걱정하시거나 단정 지어 병원 진료를 미루실 필요는 없습니다.
  • Q 영유아기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와 아동상담센터 중 어느 곳을 방문해야 하나요?
    A
    영유아기 아이에게 인지 정서 발달학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는 영유아기 아동의 인지, 정서, 심리적 발달 및 언어, 사회성 등의 전반적인 발달을 확인하고 적절한 개입 방법을 찾는 곳입니다. 특히 영유아기는 아동 스스로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기가 어렵고 개개인별 발달상의 편차도 큰 시기라 겉으로 보이는 증상뿐 아니라 그 이면의 원인이나 발달의 전반적인 흐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혹 정신과 진료가 아이에게 어떤 해가 되지 않을까 하여 병원에 오시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한두 번의 진료와 상담으로 아이에게 어떤 피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평가 없이 접근하다 보면 아이와 부모에게 적절한 치료와 개입의 시기를 늦춰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이 느린 줄 알고, 언어치료만 지속적으로 하였는데 알고 보니 인지발달이 느려서 그로 인한 2차적인 언어발달의 지연인 경우라던지, 단순히 소심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이에, 아이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평가 이후에 개입 방법을 찾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 Q 영유아기의 경우 의사소통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상담이 가능한지 궁금하며, 정확한 진단은 몇 살부터 가능한가요?
    A
    상담의 내용은 상담하고자 하는 부모와 아이의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 방법과 절차가 달라지게 됩니다. 보통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주양육자와의 의사소통, 상호작용 방식과 아이의 놀이상황 그리고 아이의 발달 수준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초기 면담이 진행됩니다. 물론 주양육자와의 면밀한 상담을 통해 아이의 평소 모습도 관찰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전문의는 아이가 발달의 흐름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는지, 인지, 정서, 사회성, 의사소통의 각 영역에서 전형적인 발달 궤도와 수준에 맞는지를 확인합니다. 영유아기의 아이는 언어적 의사소통이 부족 하지만,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제스처, 표정,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전문의가 직접 아이와 놀이 혹은 상호작용을 해보면서 아이를 관찰하는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성인에서의 면담과정에 해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특정 영역에서 어려움을 보인다면 표준화되고 신뢰성 있는 심리(발달) 평가를 통해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되고 이를 통해 진단과 개입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확정진단의 시기, 즉 아이에게 명확한 진단명이 내려지는 시기는 아이가 가진 어려움이나, 그 질환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신발달학적으로 건강한지의 여부로,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자신의 (기대되는) 발달 수준에 맞게 잘 크고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확정 진단을 하기 전까지는 “추정진단” 즉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진단을 기반으로 하여 현시점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개입을 하게 됩니다. 즉 언어지연(추정진단)이 있는 아이에게 언어장애(확정진단)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언어의 지연 정도가 고착되어 있으며 치료적 개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또래에 비해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져 있을 때를 말하는데, 언어치료적 개입은 확정진단인 “언어장애” 진단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언어지연이 있어 아이가 기대되는 만큼의 언어적 성장을 이루지 못할 때 아이의 언어발달을 도와주기 위해 언어치료를 통해 개입하게 됩니다.
자녀의 행동변화가 성장과정 중 일시적인 감정 및 기분 변화인 것인지, 정신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울한 마음이나 일시적인 감정변화, 분노 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물며 어린 아이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이러한 감정을 더욱 날것으로 느끼며 조절하는 법을 아직 완전히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기분변화가 성인에 비해 많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 조차 스스로의 마음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거나 혹은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여부를 부모님이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정신질환인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는지, 아이가 겪는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아이가 겪는 어려움의 1)증상과 2)강도, 3)기간 그리고 그로 인한 4)일상생활의 지장 여부를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랑 싸워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그 기분과 좋지 않은 상황이 2,3주 넘게 지속되고, 우울한 기분으로 인해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거나 다른 또래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까지도 악영향을 끼친다면, 이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럴 때는 전문가를 만나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판단이 어렵다면,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전문의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꼭 정신질환이 있어야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아이가 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방법을 찾기 위해 혹은 현재 부모님이나 아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상황을 헤쳐나가기 어려울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습니다.

  • Q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이 말을 늦게 하는데 영향을 미치나요?
    A
    영유아기의 미디어 사용은 항상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만 24개월 이하에게는 미디어를 노출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영유아기에는 다양한 경험 즉, 오감을 통한 경험과 직접 경험, 실제하는 사람과의 살아있는 상호작용, 신체활동 등이 아동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자극을 통해 영유아기의 두뇌는 전 영역이 고르게 자극을 받고 각각의 영역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라게 됩니다. 실제 아이들의 뇌는 만 3세만 되어도 성인 뇌의 80% 정도까지 성장하게 됩니다. 또한 다양한 자극을 통해서 신경세포들은 더욱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서로의 성장을 돕게 됩니다. 하지만 일방향의 자극, 시청각적인 자극만 무비판적으로 노출시키게 되는 미디어는 이러한 두뇌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미디어는 일상적인 자극들보다 훨씬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기에 지속적인 미디어 노출은 아이가 신체활동이나 다른 창의적인 놀이를 하기보다는 미디어에 의존하게 되는 위험성을 높이게 됩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 속에서 충분히 상호작용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 아이가 하루에 짧은 시간 미디어를 본다고 해서 이것이 정상적으로 발달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미디어 노출로 인해 언어발달이 지연될 정도라면, 아이는 실제 살아있는 상호작용이나 대화, 의사소통은 거의 없이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TV나 미디어에만 의존하고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미디어를 노출했다고 해서 너무 죄책감을 갖거나 걱정하기보다는 앞으로 아이에게 현명한 미디어 습관을 길러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미디어보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훨씬 좋아합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놀이와 상호작용을 통해 미디어보다 일상생활에서의 흥미를 찾아주세요. 그리고, 가정 내 미디어 규칙도 정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1)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는 영상을 부모님이 직접 고르기 2)미디어 시청시간은 부모가 조절하기 등입니다.
    이해를 더 쏙쏙 높여줄 수 있는 영상
만약 아이가 말하는 시기가 늦다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언어는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매개체로서 영유아기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이는 언어를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감정조절능력을 키우게 되면서 사회와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또, 아이의 언어발달은 다양한 상징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해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기에 언어는 아이의 발달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발달은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있습니다. 아이들마다 키가 크는 속도가 다르듯이, 언어발달의 속도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아래의 경우에 치료여부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1 언어발달의 속도가 또래에 비해 확연히 늦을 경우, 즉 영유아 검진 등에서 하위 10% 이하일 경우
  • 2 아이의 언어 발달이 전형적인 발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예) 언어모방이나 제스처 표현 등이 없는 경우
  • 3 언어지연으로 인해 아이의 일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등 정확한 언어발달평가 필요시 전반적인 발달평가를 통해서 치료여부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해를 더 쏙쏙 높여줄 수 있는 영상
  • Q 자녀가 유튜브 시청 및 폭력적인 게임을 해서 걱정됩니다.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것이 실제로 폭력을 유발하기도 하나요?
    A
    아동 청소년은 학교에서 책을 통해 도덕성과 가치관을 배우기도 하지만, 주변환경과 자신의 경험 그리고 자신이 접하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도 배우고 학습합니다. 아동 청소년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라, 인지적 수준도 발달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즉 어린 아동들은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것과 영화 속의 극적인 상황을 헷갈려하기도 합니다. 미디어 속의 폭력성은 일반적인 상황이라 부르기에는 어려운 극적인 연출들이 많습니다. 최대한 자극적인 영상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서 만들어진 가공의 산물이지요. 그런데 아직은 판단능력이나 자신만의 올바른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그러한 미디어에 장기간 노출이 되면, 폭력이나 그릇된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무뎌진다던가, 폭력이나 극단적인 상황들이 일반적인 상황으로 느껴지기까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 시기는 성호르몬의 폭발적인 분비로 인해 감정과 관련된 뇌의 영역인 변연계가 다소 팽창하게 되는데, 이에 반해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기로, 청소년들이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미디어나 게임에 나오는 폭력성 등에 노출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폭력적 게임이나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다면 이를 꼭 조절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 Q 자녀가 틱 증상을 보일때,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며, 꼭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을 해야 하는 걸까요?
    A
    아이들이 의도치 않게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흔든다던지 혹은 의미 없는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들이 참 많이 걱정을 하십니다. 하지만 실제로 틱은 생각보다 흔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대개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틱은 우리 몸의 근육이 불수의적으로 만들어낸 움직임으로 운동, 음성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아직 뇌신경망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만 5세에서 만 8세 정도에 가장 많이 발견되며, 특히 남자아이들에게서 여자아이보다 그 빈도가 3배 정도 높게 발견됩니다. 일시적인 틱은 대개 1달 내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다른 형태의 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1달 이상 지속되는 틱의 경우를 만성틱이라고 하는데, 이는 틱이 앞으로 쭉 지속된다는 뜻이기보다는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더 성장하고 뇌 신경망이 제자리를 잡게 되는 청소년 시기가 되면 틱의 빈도와 유병률은 반 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틱 증상 자체보다도 틱으로 인해 현재 우리 아이가 어려움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틱증상으로 인해 아이가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보이는지 (예_ 음성증상으로 인해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는지, 운동틱으로 인해 근육통이 있는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때 방해가 되는지, 또래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나 불편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위 내용 중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정신과를 방문하여 상담을 통해 아이와 부모 모두 틱에 대해 확인하고 교육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묵혀두고 혼자 걱정하다 보면 별것 아닌 문제도 커질 수 있고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이 쌓일 수 있습니다. 또 잘못된 대처, 예를 들어 부모나 주변사람이 아이에게 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지적하거나 혼내기, 아이가 틱을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거나 자신이 문제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등 2차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보이는 틱 증상의 심각도 수준이 높다면, 약물 치료를 통해 틱의 강도와 빈도를 낮춰줄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틱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 중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으므로, 이런 경우도 전문의를 만나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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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 자해는 왜 하는지 궁금하고, 자살을 모방하기도 하나요?
    A
    자살시도 (Suicide attempt, SA)란, 죽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시도한 자기 파괴적 행동을 말하며, 비자살성 자해행동 (Non-suicidal self-injery, NSSI)은 죽으려는 의도는 없지만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칼로 몸을 베거나 긋기, 화상, 과도하게 문질러 피부에 상처 내기, 스스로 때리기 등이 있습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통계상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1위가 바로 고의적 자해 및 자살로 전체 사망의 41.1%에 달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청소년 자해 및 자살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며, 9세 이하의 아이들의 자해 및 자살시도가 9건으로 그중 1명은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자해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고통스러운 생각이나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를 처벌하기 위해서 혹은 타인의 관심을 받거나 다른 사람을 동요시키거나 조정하기 위해서 시도하기도 합니다. 또 청소년들은 또래집단을 모방하거나 자해를 하는 또래집단과 비슷해지고 소속감을 얻기 위해서 시도하기도 합니다. 일상이 무료하거나 지루하다고 느껴서 혹은 자해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나 해방감, 독립감을 느끼기 위해서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특히 청소년의 자해 행동은 꼭 죽음을 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으나, 행동 자체가 파괴적이며, 위험하여 때때로 원치 않는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비자살성 자해행동이 반복될수록 자살시도로 변화하는 위험성이 높으며 자해 행동은 자살시도의 강력한 예측인자가 되기도 합니다. 자살로 사망한 청소년들은 초기에 빈번한 자해행동을 보였던 과거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반복되는 자해는 신체 손상의 두려움과 통증을 점차적으로 둔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해가 반복되면 괴로움을 피하거나 조절하는 다른 전략이나 감정 조절 능력은 점차 소거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을 낮추게 되고 주변사람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스스로 무가치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어, 자해 행동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두 번의 자해행동이라도, 왜 이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청소년의 자해 행동의 기능(목적과 결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혼내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아이가 자해행동까지 해야 했던 이유와 내면의 심리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감정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자해라는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히 교육하고 제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자해행동 이면에 우울증이나 불안 등 정신과적 어려움이 있다면 정신과 면담이 꼭 필요합니다. 만약 청소년의 자해 행동이 한두 번 이상이며 다소 만성적이라면 즉시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이가 멀쩡해 보이거나, 재미 삼아 혹은 관심 끌려고 하는 행동처럼 보일지라도 자해가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정신과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니, 늦지 않게 꼭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자해 행동은, 청소년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cry for help)
마지막으로,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들께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진단은 꼬리표가 아닌 이정표이다" 소아청소년 정신과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최종 관문으로 찾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가 만약 복통이 있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없고, 계속해서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내과 병원으로 가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도움을 받듯이 정신건강의학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꼭 심각한 병이 있어야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병원 갈 정도는 아니야”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의 병이 깊어지거나 혹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소아 청소년은 성인과는 다르게 스스로 정서적인 어려움을 표현하거나 인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부모로서, 또 책임 있는 성인으로서 적절한 개입과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성인들의 몫입니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정서적인 어려움은 적절한 도움을 주면 성인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치료경과도 좋은 편입니다. 발달의 어려움이나 타고난 질병도 조기에 개입하고 치료받을수록 그 예후가 좋습니다. 아이들의 시간은 성인보다 빠르게 흘러갑니다. 아이들은 매일 변화와 성장을 통해 건강한 성인으로 커가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으로 아이의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게 하기보다는 적절한 도움을 받아 우리 아이들이 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용기 내주셨으면 합니다. 그 길에 저와 같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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