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봄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하는 16번째 마음 돌봄 이야기

    1 대들 때 화내지 말고 기뻐하기

  • 마치 아기가 성장하면서 목을 가누고, 앉고, 서고, 걷기를 하다 뛰게 되는 운동발달단계를 거치는 것과 같이 청소년기에는 뇌의 질적 발달이 급속도로 일어나는 시기이다. 만 13세에 논리적 사고 영역이 발달하는 한편, 감정영역도 급속도로 발달하는데 감정조절 영역은 덜 발달이 된 상태라 화를 잘 내고, 예민해지고, 부모에게 쉽게 대들게 된다. 하지만 점차 자기조절력은 발달되어 대드는 행동보다는 논리적인 자기주장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아이가 대든다고 느껴질 때 마치 아이가 첫발을 떼는 시기처럼 기뻐해보자. 서툰 대화법 아래에 숨겨진 아이의 욕구를 찾아내어 대화하며 유연한 문제해결 실력을 키워주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돕는 길이다.

  • 2 힘들다는 아이의 말에 공감해주기

  • [2022년 청소년 정신건강행태조사]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낀다고 대답한 청소년의 비율은 약 40%였다.
    “돈 벌라는 것도 아니고 공부만 하면 되는데 뭐가 힘들어?”하는 생각은 마치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일만 하면 되는데 뭐가 힘들어?”하는 것과 똑같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몇 개만 펼쳐봐도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교거부, 우울, 자해, 게임중독 등으로 몸살을 앓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학교만 잘 다녀오는 것도 칭찬받을 일이라 생각하고 “그래 수고 많다. 힘들지?”하며 두드리며 격려해주자.

  • 3 학습 잔소리보다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 주 4일 근무가 논의되는 시대지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행평가에 학원까지 아이들의 번아웃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적절한 수면과 운동이 학습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은 만성 수면부족과 번아웃에 시달린다. 청소년기의 주요 과제는 자아정체성 찾기라고 알고, 공자도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기로 자신의 진로를 정하였다고 했는데, 무기력, 짜증, 극한 피로감이라는 번아웃의 3대 증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우리 아이들은 정작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 모르는 ‘꿈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다. 옛이야기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가 거북이에게 진 이유가 진짜 안일해서였을까? 공부, 운동, 악기, 미술까지 웬만큼은 하는 팔방미인이지만 정작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 몰라 머뭇거리는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진로설계를 돕는 일이다. 학교 진로수업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다 본 영화에, 기사에, 어쩌다 만난 사람, 어쩌다 참여한 캠프에서 인생이 바뀌는게 청소년시기이다. 시냅스 가지치기로 뇌의 정교화, 전문화가 이루어지는 만 15세 전까지는 엉뚱한 짓을 할 시간을 좀 주자. 여행, 관람, 봉사, 체험활동 등이 오히려 청소년기에 더 중요할 수 있다. 마침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아이는 정말 열심히 뛸 것이다. 거북이는 절대 따라오지 못할 만큼 빠르게.

  • 4 부모자녀관계를 망치는 불안은 버려야 한다

  • “너 그러다 왕따 된다” “그렇게 공부 안 하면 대학도 못가서 취직도 못할텐데” “그래가지고 어디서 밥이나 벌어먹겠냐” “군대 가서 어떻게 적응할래? 두들겨 맞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다 아이 잘되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겠지만, 아이에게는 초장부터 기운을 빼는 악담들이다. 부모 자신도 그 부모님께는 걱정거리가 아니었겠나. 불안하면 심각해진다. 아이를 따라가며 3-4시간씩 잔소리를 늘어놓는 부모들도 있는데, 결국에는 부모자녀관계만 망칠 뿐이다. 임신 중에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큰다. 아니, 뭘 하든 크게 상관없이 딱딱 주수에 맞게 자란다. 그저 따뜻한 환경만 주어도, 심각한 트라우마만 겪지 않게 해주어도 아이는 제 나이에 맞게 자라서 자기 생긴 대로 커갈 것이다. 부모의 불안은 어쩌면 부모의 영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대리석 안에 들어있는 형상을 그저 꺼내줬을 뿐이라는 미켈란젤로의 겸손한 말처럼 청소년시기 부모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아이에게 있는 형상이 잘 나오게 돕는 것이면 충분하다.

  • 5 건강한 거리가 건강한 소통을 만든다

  • 관계에 따른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연구한 에드워드 홀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자녀와 같이 친밀한 사이의 거리는 0~46cm라고 한다. 성인이 되면 부모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 멀어질 수밖에 없기에 우리 아이들과도 점차 멀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멀어지려는 아이를 자꾸 당기려 할 때 오히려 거센 충돌을 겪게 된다. 그러니 1년에 5cm씩 멀어진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아이와의 거리를 조정해 가보자. 옷, 취미, 친구, 용돈 사용 등 아이의 취향에 해당하는 영역은 점점 허용을 늘리고, 공공질서, 안전문제, 사회적 책임 등에 해당하는 영역은 원칙적으로 대응해보자. 진로나 학습도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이니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 6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다

  • 소통에서 대화의 내용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7%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제스처, 톤, 태도 등이 더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거울을 보며 부모 스스로를 살피는 훈련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아이와의 대화상황을 재연하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내 표정이 어떤지, 어제 대화했을 때 내 표정은 어땠는지, 혹시 경멸, 분노 표정은 없었을지, 아이가 내 표정을 통해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목소리 톤, 속도도 조절해보자. 너무 짜증스럽거나 권위적인 톤은 아닌지. 속도는 적당한지 보자. 공감하고 따뜻한 톤, 알아듣기 쉽고 신뢰감을 주는 톤 등을 연습해보자. 비폭력 대화법, 나전달법(I-message) 등도 거울을 보고 연습한다면 아이와의 대화에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내 아이와의 동행이 점차 끝이 보이고 있다. 지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훌쩍 큰 우리 아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코치로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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