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봄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하는 13번째 마음 돌봄 이야기

  •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창우입니다. 저는 현재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정신건강의학 중에서도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질환을 다루는 `중독정신의학`을 세부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병원에서 중독전문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음식을 끊지 못하는 비만 문제를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에서 학생들의 정신건강 멘토를 하면서 비만문제를 함께 고민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제 스스로가 다이어터입니다.
    저는 다이어트에 경험이 많고 현재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경험을 가지고 `비만은 중독이다`라는 책을 집필하고 유튜브 및 방송을 통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건강유튜브체널 비온뒤, JTBC `중독자들`에 현재 고정출연 중에 있습니다.)
  • Q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배가 고프지 않는데도 계속 음식을 찾고,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습니다.
    혹, 스트레스와 식욕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전혀 먹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 많은 분들이 스트레스에 처하면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딱 먹을 만큼, 배부른 만큼의 음식을 섭취하면 포만감에 식욕이 떨어지고 먹는 행동을 멈춰야 하는데도, 안타깝게 우리 몸은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의 식욕에 관여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그 중에서 스트레스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 해당합니다. 즉 우리가 외부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음식 섭취를 통해서 풀려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음식을 섭취했을 때 느끼는 포만감이나, 또한 달달한 탄수화물류를 섭취했을 때 뇌의 쾌락 호르몬을 자극하여 발생하는 심적인 만족감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시적인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위해서 힘들 때마다 먹는 행위를 반복한다면, 결국 위식도역류염같은 위장장애나 각종 질환 및 비만에 이르게 되고, 이러한 건강악화는 더 큰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먹는 것이 아닌 적절한 스트레스 완화법을 평소 늘 숙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 Q ‘비만은 중독이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접한 적 있습니다. 비만을 중독이라는 질환의 관점으로 보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중독은 어떤 물질 또는 행동에 대한 과도한 몰입, 금단과 내성 그리고 아무리 끊으려고 해도 끊어지지 않는 통제 불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의 경우 하루 종일 술만 먹고(술에 대한 과도한 몰임) 술의 양이 늘고(내성) 끊으면 각종 금단 현상(식은땀, 손떨림 등) 술을 끊고 싶어도 멈출 수 없음 등이 특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중독의 특성은 비만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음식을 계속 먹어대고(음식에 대한 과도한 몰입) 먹는 양이 늘고(내성) 먹는 걸 줄이거나 굶으면 각종 저혈당 증상(식은땀, 손떨림)이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먹는 것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탄수화물과 같은 물질들은 뇌의 중독영역 즉, 쾌락회로를 자극하는 중독 물질입니다. 코카인 같은 마약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만이란 질환이 중독질환으로써 중요한 것은, 비만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한 물질을 끊지 못하는 물질중독 뿐 아니라 먹는 행동을 멈출 수 없는 행위중독의
    두 가지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야식을 끊지 못하는 분들은 배가 불러도 꼭 그 시간에 뭐라도 시켜먹는 습관을 멈추지 못합니다.
    따러서 비만= 물질중독+행위중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Q 비만이 중독이라면 다른 중독(알코올, 약물 등)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A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비만은 중독질환이 분명한데, 알코올이나 약물중독같은 질환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코올이나 약물, 도박같은 중독 질환을 치료할 때, 알코중독을 딱 끊어내는 `단중독`이 목표인데, 우리는 음식을 완전히 끊을 수 없습니다. 음식을 완전히 끊으면, 굶어서 큰일 나겠지요.

    따라서 음식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데, 중독치료에서는 ‘단중독’보다 조절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조절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요. 그래서 비만은 중독질환 중에서도 더욱 치료가 어렵습니다.
    주변에서도 완전히 다이어트에 성공하셔서 새로운 건강한 인생을 사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 Q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등 ‘중독’은 뇌질환으로 개인의 의지로는 회복이 쉽지 않아 치료가 필요합니다.
    비만도 중독이라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언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A
    우리 뇌에는 즐거움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있습니다. 중뇌부위에 존재하며, 이것을 소위 괘락중추라고 합니다.
    여기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그런데 비만에서는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섭취하면 이 영역이 자극되어 음식에 대한 즐거움과 갈망이 생겨나게 됩니다. 따라서 비만도 중독질환과 똑같이 뇌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중독에 빠져서 쾌락중추가 과활성화되면 멈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 술에 빠져 알코올중독이 되신 분들이 하루 종일 술만 먹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중독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치료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비만치료에 있어서 자신의 비만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살을 빼고자하는 의지가 없는 환자들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지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게 비만치료의 특징이자 모든 중독치료의 특징입니다.

    우선 비만은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비만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늘 강조하는 것은, `다이어트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라는 말입니다.
    중독질환의 치료에서 `여기, 지금(here and now)`을 강조합니다. 자신의 비만 문제를 자각하는 그 순간, 내가 거울 앞에 섰을 때
    `아! 나의 체중이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라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 바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의지는 나약하고 음식의 유혹은 매우 강력합니다. 또한 음식의 유혹에 이미 빠져있는 뇌는 계속 음식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먹었던 의지는 사라지고 번번히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됩니다. 이럴 때가 도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저는 다이어트는 혼자 하기보다는 주변 동료와 함께, 과체중에 고통받는 동호인들과 함께하기를 권장하며합니다. 그리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이끌어 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게 필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 Q 시중에 무수히 많은 다이어트 약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이어트 약이 살을 빼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고,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A 다이어트를 하면서 가장 경계해야하는 것은 `이것만 먹으면 되요, 이것만 하면 되요`라면서 유혹하는 것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건강한 다이어트는 다이어트약물 복용이 아닙니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기본은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입니다. 식이는 낮은 칼로리를 섭취하려고 노력하되 영양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극단적이어서는 안됩니다. 운동은 무리하거나 특정부위만을 자극하지 않고 체력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이어트 초기에 이러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 완전히 자리 자리잡기까지 보조적으로 약물요법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는 다양한 기전의 다이어트약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약물기전에 의해서 체중감량의 효과가 증명된 약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약물은 다 원하지 않는 약물작용이 존재합니다. 즉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약물사용은 신중해야하고 반드시 전문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적절히 처방되어야 합니다. 의사의 치료 가이드를 무시하거나 또는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약물들을 오남용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 다이어트 약물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꼭 이상한 약 먹지 마시고 또 말도 안되게 비싼 다이어트는 경계하세요. 주변에 누가 먹어서 또는 해서 효과가 좋았다는 걸 맹목적으로 믿으시면 안됩니다.
  • Q 다이어트할 때 강박적인 생각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살이 찌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요.
    강박적인 생각이 생기는 이유와 다이어트 시 스스로의 마음을 챙길 수 있는 마음가짐(마인드)이 있나요?
    A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문제나 체중증가에 대해서 스스로 너무 관대한 것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너무 강박적인 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강박적인 성격을 가진 다이어터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강박에 의해서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실패하면 폭식의 경향이 나타나서 오히려 살이 찌는 특성을 가진 분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강박은 잘 이용하면 다이어트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강박은 식이조절에 실패했을 때 죄책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음식섭취를 제한하는 것에만 너무 매달리기보다 운동량을 늘려보는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결국 다이어트는 식이와 운동이라는 두 축이 있기 때문에, 식이조절의 압력을 조금 낮추고 운동량을 늘려서 심리적으로 안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Q 최근 거식증, 폭식증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식이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나, 힘들어하는 가족, 지인을 위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치료적인 면에서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치료하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자신의 체중을 줄이는 것에 너무 강박적이다 보면 이런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은 적절한 식이와 운동요법이 다이어트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식이요법에만 치우쳐서 과도한 식이제한을 하면 견디다 못해, 반대로 폭식을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적게 먹어서 체중을 줄이는 과정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 운동 들도 과도하게 하면 다 중독이고 해가 됩니다. 즉 다이어트도 과하게 하면 오히려 다이어트에 중독되어 건강을 망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Q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정신건강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자기효능감을 강조합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을 조직하고 실행해서 성공해 낼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신념입니다. 즉 비만을 탈출한다는 목표를 세운다면, 성공하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기획하고 꾸준히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살을 빼는데 성공하게 된다면, 그 때 자신에 대한 신념이 높아지게 됩니다. 자기효능감이란게 높아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매사에 자신이 있고 주도적이며 인생의 주인공으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단순히 살 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내 삶을 충실이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이어트를 통해서 자기효능감이 높아진 제 환자분들이 정말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보면 치료자로써 보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2022

2021

2020

뉴스레터 구독 이벤트

이벤트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