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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몰귀짜’라고 하는 청소년을 잘 보아주세요! 김현수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

1. ‘실몰귀짜’가 뭐냐구요?

상당히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기분이 우울하고 슬프고 힘들 때 이렇게 말합니다. “싫어”, “몰라”, “귀찮아”, 그리고 “아이 짜증나, 미치겠네” 라고 말입니다. “지금 너무 힘들어, 제발 도와줘” 라고 말하면 더 도와주기 쉽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른들보다 청소년을 제 때 돕기가 어렵습니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말만 뱉고 지내는 사람의 행세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좋은 말로 위로하기보다 잔소리 한마디를 더 보태주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하지만, 비전형적 우울의 양태가 흔한 청소년들에게 이 ‘실몰귀짜’의 반응은 우울의 다른 반응입니다. 매일 입에 “싫어, 몰라, 귀찮아, 짜증나”라고 하는 친구는 우울한 친구라고 생각해주시고 다른 접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2. 전형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우울증과는 다른 청소년들의 우울증 양상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나요?

‘실몰귀짜’ 뿐 아니라 우울한 청소년들의 적지 않은 수에서 늦잠 자고 폭식하고 그리고 선택적 관심에 따라 반응하는 비전형 우울증의 양태가 더 지배적인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우울하고 슬픈 우울증을 가진 어른들은 이런 청소년들의 우울에 대해 이해를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우울한 아이가 어떻게 솥채로 퍼먹기도 하고, 밤새 유투브 보면서 간혹 낄낄 거리기도 하고 그러냐”. “우울하면 매사에 우울해야지, 지 좋은 것 볼 때는 신나하고, 하기 싫은 것 할 때마다 죽을라고 한다” 등의 이야기를 진료실에서 듣기도 하는데, 이런 청소년들과 조금 깊이 가다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죽지 못해서, 간신히 살아있을 뿐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즉 깊은 우울증을 품고 있는데 그 양상만 다를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울을 숨기면서, 스마일 증후군이라고 부를 정도로 웃고 지내는 가면 우울증처럼 청소년들의 비전형적 우울증은 게으르고 이기적인 나쁜 아이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착한 사람들이 자신의 우울과 슬픔을 숨기는 웃음 속에 숨기는 것처럼 청소년들은 자신의 깊은 우울을 짜증과 나태 그리고 거부증적 태도 속에 숨겨 놓습니다. 이것을 모르고 혼내기만 하면 결국 더 우울해지고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여기며 자해와 자살시도를 하게 됩니다.

3. 청소년기의 위험은 어른의 위험과 어떻게 다른가요?

1) 급격한 기분 변화와 강렬한 정서에 따른 충동적 반응
청소년기는 급격한 생물학적 변화와 함께 강렬한 정서를 경험하는 시기로 강렬한 슬픔과 분노, 흥분, 우울감을 단시간 내에 보이며 혼란스럽고 쉽게 상처받는 특징을 보입니다. 청소년기는 매우 불안정한 시기로 사소한 자극이나 자기갈등에 대해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대처방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살의 특징이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징인 충동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의 자해나 자살시도는 그 자체가 최종 목표로서 선택되는 것이 아니며, 삶에 대한 의지의 완전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며, 현재 겪고 있는 괴로움과 고통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사전 계획없이 자살시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되었고, 연구에 따라 청소년 자살의 약 50%가 충동적 자살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2) 타인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하며,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해 행동화가 많은 시기
자살 행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청소년들의 자살과 자해시도는 청소년기의 독특한 발달적 특성인 가상적 청중(imagery audience)에 의한 자기-자각(self-awareness)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도 합니다. ‘아이들이 알게 되면 끝장’이라거나, ‘그렇게 사는 것일 알려지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낫다’ 라는 반응이 바로 이런 영향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 자주 초점이 될 것으로 생각을 하고, 또 타인들이 자신을 평가한다는 감각을 더 크게 느낍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아무도 널 보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려해도 효과가 적습니다. 힘든 청소년들이 자해와 자살시도 행동을 하는 것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집착하게 되어 수치심을 크게 느끼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3) 스트레스 조절의 실패
청소년의 자해나 자살시도는 스트레스에 대한 극단적 대처반응의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대처가 효과적이지 못하지만 고통은 지속되고 보다 좋은 해결책을 찾는데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 조절에 대한 백기를 들고 자해나 자살시도가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생각하는 상태에 도달하게도 됩니다.
4) 자살 전염과 모방 혹은 동반 유사 행동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자신의 내적 동기보다 외적 요인, 친구나 자신의 우상이 된 아이돌 등에 영향을 받기 쉬워 모방 시도나 집단적 자해 행위 등에 더 자주 연관됩니다. 사회현상으로도 이미 보도되었듯이 모방 대상의 시련이나 어려움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는 양상이 커질수록 전염 효과와 모방행위는 커집니다.

4. 위험에 처한 청소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나요?

첫째, 위험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위급한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하는데, 비난하고 폄하하고 조롱해서 문제가 커집니다. 가려진 우울, 표현의 한계, 충동적이고 거칠은 행동 뒤에 무거운 우울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셔야 합니다.
둘째, 어른들의 수용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의 거침없는 도전과 열정, 그만큼 엉뚱한 증상의 표현을 수용하고 인내하는 동안 청소년들은 성장합니다. 셋째, 청소년을 안심시켜주고 안정시켜주는 일이 계속 제공되어야 합니다. 힘든 것을 알아주고, 또 힘든 것을 먼저 물어봐주고, 듣고, 끝까지 듣고 도울 방법을 함께 궁리하고 셋째 괜찮다고 안심시켜주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힘그괜 대화법이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합니다. 위니콧이라는 영국의 정신분석가는 청소년들의 위험을 견디어주고 포기하지 않으며 청소년들과 나눌 희망을 간직한 어른들이 많을수록 청소년기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런 어른들이 되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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